'아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1.02.23 슬픈 장례식
728x90

슬픈 장례식

 

 

 

내가 한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을 때 한 계산대 직원이 꼬마아이에게 돈을 돌려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남자 아이는 어림잡아 다섯,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였다.

계산대 직원은 아이에게 꼬마야, 미안하지만 이 곰 인형을 계산하기엔 네가 가진 돈이 부족하구나.”

그러자 꼬마 아이는 옆에 함께 서 있던 할머니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할머니, 제가 정말 이 인형을 사기에는 돈이 부족한 건가요?”

할머니는 얘야. 저 인형을 왜 사려고 하니? 지금 한가하게 저런 것 살 때가 아니니까 그만 고집 부리렴. 지금 여기서 떼를 쓰면 못써.”라고 말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자꾸만 보채는 손주를 놔두고 할머니는 아이를 계산대 앞에 잠시 서 있게 하고선 잠시 식료품을 사기 위해 혼자서 다른 쪽으로 가셨다. 그렇지만 꼬마 아이는 여전히 그 손에 봉제 인형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계산대 줄이 계속 밀리는 바람에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살며시 물어보았다. “꼬마야, 너는 왜 이 인형이 그렇게 필요한 거니?”

그는 질문을 듣자마자 이 인형은 내 여동생이 몹시도 바라는 거예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동생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그 인형을 선물로 가져다 줄 것도 알고 있지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조금만 기다리면 그 곰 인형을 내 동생에게 가져다줄텐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니?”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대답하기를 아니요. 산타클로스는 그 인형을 지금 내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가져다 줄 수 없어요.”

잠시 후 울먹이면서 제 여동생은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갔거든요. 아빠가 말하기를 어쩌면 이제 곧 엄마도 하늘나라로 갈 거래요. 그래서 저는 엄마가 그 인형을 제 여동생에게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갑자기 나의 심장이 멎는 듯한 슬픔이 몰려 왔다.

그 꼬마 아이는 나를 올려다보며 계속 말했다. “나는 아빠에게 아직 엄마를 보내지 말아달라고 말했어요. 내가 쇼핑몰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말이에요.”

말이 끝나자 주머니에서 자신의 웃는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엄마가 저를 저 하늘나라에서도 잊지 않도록 제 사진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함께 전해드릴 거예요. 엄마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시면 좋겠는데 아빠가 엄마도 여동생 곁으로 갈 거니까 이별을 준비하래요.”

울음을 터뜨리면서 아이는 또 다시 자신이 들고 있는 곰 인형을 바라보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그 아이 모르게 돈을 꺼낸 후 넌지시 꼬마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 한 번 더 가져온 돈을 함께 세어볼까? 그 인형을 살 만큼 충분한 돈이 있는데 잘못 센 건 아닐까?”

그 아이는 좋아요. 이번에는 충분했으면 좋겠네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약간의 돈을 집어넣은 후 다시 돈을 세기 시작했다. 그 인형을 사기에 충분한 돈이 되었고 이젠 인형의 값을 치르고도 약간의 돈이 남았다.

그러자 꼬마 아이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인형을 살만큼 충분한 돈을 주셔서 말이에요.”라고 짧게 기도한 후 나를 쳐다보면서 지난 밤, 저는 하나님께 제 여동생에게 줄 충분한 돈을 마련하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는데 그 기도를 들으셨나 봐요. 이제는 남은 돈으로 엄마를 위한 하얀색 장미를 사야겠어요. 엄마가 장미를 무척 좋아하셨거든요.”

 

 

몇 분 후 그 아이의 할머니가 돌아오셨는데 나는 내 장바구니를 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슬며시 그곳을 떠났다.

그 후 어떻게 쇼핑을 했는지도 모르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아이가 했던 말과 눈빛이 가슴에 한동안 짠하게 남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이틀 전 지역 신문에 실렸던 기사가 문뜩 떠올랐고 그 기사는 만취한 한 남자가 트럭을 몰고 가다가 젊은 여자와 아이를 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엄마는 현재 위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엄마는 의식 불명의 혼수상태이며 인공호흡장치에 의존해서 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었다. 어쩌면 더 이상 살아날 가망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 하에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 꼬마 아이의 가족이었을까? 그 아이와의 우연한 만남이 있은 지 이틀 후 결국은 그 젊은 여자도 죽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즉시 옷을 챙겨 입고 하얀색 장미를 들고 황급히 기사에 실린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찬송가를 부르며 그 아이의 엄마를 위한 눈물과 슬픔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가 누운 관 안에는 하얀색 장미꽃 한 송이와 그 꼬마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이 놓여있었고 그녀의 가슴 위에는 쇼핑몰에서 산 곰 인형도 나란히 놓여 있었다.

엄마와 여동생에 대한 꼬마 아이의 애달픈 사랑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더 이상 그 자리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술 취한 운전기사의 한순간의 실수가 그 꼬마 아이에게서 가족 전체를 송두리째 앗아간 그 고통을 과연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의 가족 사랑의 모습은 일생동안 내 기억에 남아 힘들어질 때마다 지금도 나의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728x90

'꿈을 향한 이야기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와 마지막 식사  (1) 2021.02.28
어느 사랑스런 노부부  (0) 2021.02.24
야채대신 사랑을 파는 할머니  (0) 2021.02.23
"엄마, 사랑합니다!"  (0) 2021.02.22
'당랑박선'(螳螂搏蟬)  (0) 2021.02.22
Posted by 소중한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