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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부부에게...

 

 

 

나의 남편은 조그만 회사에서 기술자로서 일하고 있다. 그의 변함없는 성품과 사나이처럼 남자답게 느껴지는 넓은 마음과 포근함에 반해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3년간의 연예와 2년간의 결혼 생활이 계속되는 동안 드디어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고 모든 것들이 짜증나고 싫증나기 시작했다. 내가 그를 좋아했던 이유들이 이제는 모두 다 나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원인들로 돌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생활을 꿈꾸어 왔고 대인 관계나 감정에서도 지극히 예민하고 동심을 꿈꾸는 여자였다. 나는 마치 어린 여자 아이가 캔디를 바라는 것처럼 로맨틱한 순간들이 결혼 생활에서 매순간 계속되기를 바랐었다.

그런데 2년을 살아보니 남편이란 사람은 그와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지금껏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었던 무덤덤한 그의 태도로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벤트는커녕 감동적인 모습조차 아예 꿈 꿀 수 없었다. 이제는 남편에 대한 증오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사랑에 대한 모든 환상이 무너져 내렸고 결혼생활도 함께 처참하게 헝클어져 버렸다.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오랜 방황 끝에 내린 내 결심을 알리기 위해 그에게 작심한 듯이 이혼을 요구했다.

왜 그래, 당신?” 그는 엄청나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왜냐고? 결혼 생활이 싫증이 났어. 아니 진절머리가 나. 내 마음이 왜 이렇게까지 변했는데도 몰라서 물어? 그 이유를 꼭 하나하나씩 설명해 줘야 알아듣는 거야? 그렇게 여자 마음을 몰라?”

나는 큰소리로 그 동안 쌓인 감정을 퍼부어댔다. 남편은 이내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멍하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밤새 담배만 피워대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뭐라고 제대로 변명조차 하지 않는 그의 초라한 뒷모습에 내 실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혼이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는데도 화도 내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남자와 그동안 살아왔다니.

밍숭맹숭하고 밋밋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속아 산 것이 분하고 속상해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이제 더 이상 그에게서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기에 그저 결혼 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마침내 안절부절 못하며 서성이던 그는 나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당신 마음을 바꾸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나에게 당신을 웃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딱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그때 누군가가 사람의 성격은 평생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던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그에 대해 마지막 남아 있던 믿음과 정나미마저 모두 털어내고 싶었다.

한참 그의 눈을 쏘아보다가 천천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그렇다면 질문 하나만 해볼게. 내 질문에 진심을 담아 대답하고 만약 나를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어쩌면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 이를테면, 산 절벽 중턱의 한 가운데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내가 원한다면 어떻게 할 건데? 그 꽃 한 송이를 따기 위해선 당신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당신이 나를 위해 그 꽃을 꺾어서 가져다 줄 용기라도 있겠어? 물론 어림 반 푼어치도 없겠지.”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길, “내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게.”

열정도 매력도 없이 풀이 푹 죽은 듯한 목소리에 내가 가졌던 한 가닥 희망의 조각마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었을 때 그는 집에 없었다. 다만 그가 손으로 휘갈겨 쓴 쪽지 한 장이 문가 앞 식탁 위 물잔 아래에 놓여 있었다.

나는 당신을 위해 그 절벽에 핀 꽃을 따다 줄 수는 없어, 그런데 잠시만. 내가 그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할 시간을 줄 수 있겠어?”

첫 문장을 읽자마자 저 따위 열정도 용기도 없는 남자가 그럼 그렇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면서 이미 결혼 생활은 파경을 향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읽기로 했다.

당신이 컴퓨터를 쓰면서 불필요한 악성 파일에 걸려 속도가 느려지고 속상해 할 때 나는 뒤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어. 그 대신 나중에 모든 프로그램들을 복구시켜 놓고 악성 파일들을 다 지워놓았지. 당신이 항상 열쇠를 집에다 두고 나갔을 때 당신이 문을 못 열어 당황할까 봐 나는 항상 서둘러 집으로 귀가해서 당신을 맞이했었지. 당신이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을까봐 나는 당신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먼저 찾아보면서 미리 준비해 두었어.

날이 추워 집안에만 머물러 있을 때 어린아이처럼 지루해할 때가 올까봐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농담들을 말해주려고 서툴지만 조금씩 지금도 연습하고 있었어. 컴퓨터 작업으로 눈이 피로해지고 흐릿해지면 내가 먼 훗날 당신 대신 당신 손톱, 발톱도 깎아주고 성가시게 만드는 하얀 머리카락도 뽑아주려고 했었고.

지금 젊었을 때 더 열심히 일해서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당신과 함께 팔짱을 끼고 해변가를 산책하면서 지는 태양도 보고 반짝이는 모래를 보고도 싶었지. 화사하게 핀 꽃들의 색깔이 마치 당신의 젊었을 때의 모습을 닮았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여보이 세상에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난 주저 없이 기꺼이 절벽에 핀 그 꽃을 꺾으러 가겠고 내가 꽃을 따다가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을 거요.’

 

 

그 순간 눈물이 편지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손으로 쓴 글씨에 눈물이 닿자 잉크가 번져나갔다. 그 흐린 눈빛으로 나는 계속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이제 내 대답을 들었다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당신 마음이 누그러졌다면 지금 현관문을 열어주시구려. 새벽부터 나가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빵과 우유를 사가지고 난 그 앞에서 꼼짝하지 않고 지금까지 서있을 거니까. 오늘 하루 종일 말이오.”

나는 당장 달려가서 그 문을 열었다. 그의 상기된 얼굴을 보면서 힘껏 그를 끌어안았고 차가워진 손을 잡고 집안으로 그를 들였다. 이제 나는 확실히 알았다. 그 사람만큼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절벽 위에 핀 꽃은 그냥 마음속에만 남겨두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그것이 인생이고 사랑이다. 누군가가 사랑을 하게 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흥분되고 설레는 감정은 사라져 버리고 무감각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편안하고 익숙함 사이에 놓여있는 진정한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 법이다.

또한 사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도 보여 질 수도 있다. 때론 사랑은 작고 사소하며 하찮게 보일 수도 있고 지루하고 따분한 모습일 수도 있다. 화려한 꽃처럼 로맨틱한 순간들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만 눈부시게 반짝일 뿐 익숙해지면 곧 수면 아래로 깊이 가라앉고 만다. 그 대신 사랑의 밑바닥에는 진실과 이해 그리고 신뢰라는 견고한 기둥들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대한 사랑의 불씨를 우리가 잠시라도 볼 수만 있다면 모든 권태기는 사라질 것이며 이혼이란 극단적인 상황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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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보고 싶은 엄마...

 

 

 

몇 년 전 한 이라크 사진작가가 찍은 가슴 아픈 사진 한 장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이 소녀는 한번도 엄마를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남들은 어려서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받는데 이 아이에게는 그저 부러운 일이었겠지요.

엄마 손을 잡고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리움의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사무치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땅에다 크게 그렸고

그 품에서 한동안 뛰놀다 지쳐서 그만 웅크리고 그 품 안에서 잠들어 버렸답니다.

자꾸 이 한 장의 사진을 볼수록 그 소녀의 아픔이 전해져 눈앞이 흐려지고 마음이 많이많이 아려옵니다.

 

살아가면서 많이 힘들고 지치죠?
이루어지지 않은 일도 많고 속상해서 하던 일도 때려치우고 싶으니까요.
요즘 들어 부쩍 인생이란 끈마저 놓아버리고 세상을 떠나고 싶은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마저

많지 않으신가요?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벌써 나에게도 질기고도 소중한 인연의 끈으로 여기저기 묶여 있습니다.
지금 내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평생 뒤바라지 해주신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힘들어도 가장 소중한 것들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랍니다.

당신도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인데 이 세상을 떠난다는 선택을 한다면...

절대 일어나선 아니 생각조차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친구와 가족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나고 사랑하고 인연을 맺은 모든 것들을 찬찬히 둘러보세요.
분명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후에 후회한다면 그땐 이미 너무 늦을지 모릅니다.
오늘 지금, 바로 당장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보세요.

부디 너무 늦기 전에….

그리고 용기와 힘을 내어 하루하루를 다시 살아갑시다!

돈보다 귀한 가족이 있기에 힘들어도 우린 꿋꿋이 일어설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보고 싶은 엄마...
하늘에 계신 당신이 오늘따라 무척 보고 싶은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신만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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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래잡기, 축구를 하다 보면 하루해는 너무나 짧았고 특히 겨울에는 어두컴컴한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먼지투성이가 되어 현관문에 들어서면 가스 불 위에서 끓고 있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지만 부엌에서 바쁘게 일을 하시다가도 문가에 들어선 나를 보기라도 하면 모든 일을 멈추시고 물 묻은 손으로 마중 나오셔서 환하게 웃어주셨던 어머니. 그리고 어서 씻고 밥을 먹으라고 말씀하셨던 어머니의 목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그날은 조금 일찍 집으로 들어갔는데 형과 누나는 기말 시험 준비 때문에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서 집에는 오늘 따라 나 혼자 있게 되었다. 가족을 위해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신 어머니는 바쁜 손놀림으로 이것저것 준비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놀다가 더러워진 손과 얼굴을 씻고 있던 나를 부르셨다. 아마도 맛있게 끓일 된장찌개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두부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보고 저 앞에 있는 가까운 가게에 가서 두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날따라 많이 피곤하셨는지 약국도 들러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사오라고까지 부탁하셨다. 아직은 내가 어리기 때문에 웬만하면 심부름을 잘 시키지 않으셨는데 형과 누나가 집에 없어 부득이하게 내가 가게를 다녀오게 되었다.

 

심부름 값을 들고 밖에 나섰는데 잔뜩 흐리고 어둑어둑해진 하늘 위로 함박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엄청나게 퍼붓는 눈 때문에 앞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보통 때 같으면 이런 날에는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조심조심 가게에 가서 두부 한모를 사고 약국에 들러 비타민 드링크제를 샀다. 눈이 내려 평소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고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집안 식구를 위해 심부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뒤뚱뒤뚱 걷던 나는 언덕배기 길에서 그만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한 손에는 두부, 한 손에는 피로회복 드링크제가 들려져 있었는데 그것들 모두 시멘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입었던 바지는 찢어지고 무릎도 약간 까졌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더욱 걱정이 된 것은 심부름으로 샀던 물건들이었다. 부드러운 두부는 네모난 형태에서 으스러진 모습으로 갈라졌고 병에 들었던 드링크제는 금이 가서 질질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쩌다 한번 심부름을 시켰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었다. 그러나 길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집에 가면 보나마나 어머니에게 크게 혼나겠지만 그래도 서둘러 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헝클어진 두부와 드링크제를 조심조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리고 얼마나 부끄럽던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여느 날과 똑같이 어머니는 심부름은 잘하고 왔니?” 물어보시면서 나를 맞아 주셨는데 옷에 묻은 흰 눈도 제대로 털지 못한 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모습을 보시곤 깜짝 놀라시며 물었다. “민준아? 도대체 무슨 일이니? 왜 그런 거야? 어디 다쳤어?”라고 물으시다가 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는 바깥 날씨를 보시더니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아셨는지 잠시 동안 가만히 서계셨다. 나는 그만 무안하고 미안한 나머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들고 온 두부와 드링크제를 현관 앞에 내려놓으시더니 가만히 나를 안아주셨다. 그리고 다정스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괜찮아. 오다가 길이 미끄러워 넘어졌구나. 많이 놀랐지? 어디 다친 데는 없었니? 엄마가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네. 이런 날에는 엄마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미안해. 이런, 우리 민준이 무릎이 약간 까졌구나. 엄마가 금방 약 발라줄게.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내 새끼.”

 

많이 혼날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심부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나를 꼬옥 끌어안고 위로해 주셨다. 그리고는 깨져서 줄줄 새는 드링크제 바닥에 남아있는 노란 영양분을 컵에 따르시고는 다른 이물질이 섞이지 않았는지 눈으로 확인하시곤 한 모금 드셨다. “우리 아들이 사온 거라 그런지 이렇게 조금만 마셔도 엄마는 힘이 펄펄 나네.. 고마워. 아들.” 아들의 기를 죽게 하지 않으려고 어머니는 내 앞에서 조금 밖에 남지 않은 드링크제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그날 저녁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에 오른 된장찌개에서 두부는 네모난 모습이 아닌 울퉁불퉁 갈라진 모습이었다. 두부를 수저로 집어든 누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라. 엄마, 왜 이렇게 두부가 반듯하지 못하고 이 모양이야. 맛은 똑같아도, 생긴 모양 때문에 영 이상하네.” 그 순간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된장찌개 두부를 한 숟가락 집어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니, 된장찌개가 어때서. 두부도, 호박도 평상시처럼 맛만 좋은데. 두부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오늘 저녁 민준이가 직접 가게에 가서 사온 거란다. 또한, 열심히 일한 아빠, 그리고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온 형과 누나를 위해 엄마가 보는 가운데 식탁에서 민준이가 직접 두부를 썬 거야. , 대견하지 않니? 두부가 약간 울퉁불퉁하지만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잖아? 우리 막내의 정성이 들어가니까 정말 정말 맛있다. 그렇지, 여보?” 아버지는 어머니의 물음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잠시 나를 보시더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셨고 어머니도 말씀을 마치신 후 나에게 빙그레 웃어 주셨다. 눈 내리는 저녁, 우리 가족은 온갖 웃음꽃이 피어나는 화목한 식사를 오랫동안 즐겼다.

 

가만히 눈을 감고 회상해 보니 벌써 3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런데 그 사건은 지금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자식의 자존심을 살려주시기 위해서 어떤 허물도 기꺼이 감싸주시며 무척 헌신적이고 자애로우셨던 나의 어머니. 그 사랑이 있었기에 나 역시 한 가정을 이루면서 가장으로서 나의 가족들에게 그때 어머니로부터 배운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곁에 계시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신지 오래됐지만 그때의 일만 떠올리면 보고픈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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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했던 라이프 잡지사 기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화로 소개한 내용입니다.

 


미국의 한적하지만 가난한 시골 마을에 한 노부부가 마을 레스토랑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 왔습니다
. 아내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비스킷을, 남편은 따뜻한 홍차 한 잔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내는 비스킷만 먹고 있었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부부가 각자 먹고 싶은 취향이 다르던지 아니면 가난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면서 무심코 딴 곳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눈앞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비스킷을 반쯤 먹은 아내가 자신의 입에서 틀니를 꺼낸 후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서 남편에게 건넸습니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틀니를 받아들어 자신의 입에 끼고서 남은 반쪽의 비스킷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내도 조금은 식어 버린 나머지 홍차를 마셨고 남편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아마 그 부부에게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하루였을 겁니다.

그러나 이 광경을 처음 목격한 라이프지 기자의 눈에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던 노부부의 다정스런 눈빛은 지금껏 취재한 일들 중 가장 가슴 뭉클하게 했던 아름다운 사건들 중 하나였다고 그 기자는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요?

평생을 함께 동고동락하고 곱게 나이 들어가면서 한결같이 서로에게 신뢰와 사랑을 보여준 노부부의 지긋한 모습은 아침 저녁으로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오늘날 우리의 변덕스런 인스턴트식 사랑에 적지 않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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