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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2.28 나의 어머니... 3
  2. 2021.02.28 어머니와 마지막 식사 1
  3. 2021.02.22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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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래잡기, 축구를 하다 보면 하루해는 너무나 짧았고 특히 겨울에는 어두컴컴한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먼지투성이가 되어 현관문에 들어서면 가스 불 위에서 끓고 있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지만 부엌에서 바쁘게 일을 하시다가도 문가에 들어선 나를 보기라도 하면 모든 일을 멈추시고 물 묻은 손으로 마중 나오셔서 환하게 웃어주셨던 어머니. 그리고 어서 씻고 밥을 먹으라고 말씀하셨던 어머니의 목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그날은 조금 일찍 집으로 들어갔는데 형과 누나는 기말 시험 준비 때문에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서 집에는 오늘 따라 나 혼자 있게 되었다. 가족을 위해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신 어머니는 바쁜 손놀림으로 이것저것 준비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놀다가 더러워진 손과 얼굴을 씻고 있던 나를 부르셨다. 아마도 맛있게 끓일 된장찌개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두부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보고 저 앞에 있는 가까운 가게에 가서 두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날따라 많이 피곤하셨는지 약국도 들러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사오라고까지 부탁하셨다. 아직은 내가 어리기 때문에 웬만하면 심부름을 잘 시키지 않으셨는데 형과 누나가 집에 없어 부득이하게 내가 가게를 다녀오게 되었다.

 

심부름 값을 들고 밖에 나섰는데 잔뜩 흐리고 어둑어둑해진 하늘 위로 함박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엄청나게 퍼붓는 눈 때문에 앞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보통 때 같으면 이런 날에는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조심조심 가게에 가서 두부 한모를 사고 약국에 들러 비타민 드링크제를 샀다. 눈이 내려 평소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고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집안 식구를 위해 심부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뒤뚱뒤뚱 걷던 나는 언덕배기 길에서 그만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한 손에는 두부, 한 손에는 피로회복 드링크제가 들려져 있었는데 그것들 모두 시멘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입었던 바지는 찢어지고 무릎도 약간 까졌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더욱 걱정이 된 것은 심부름으로 샀던 물건들이었다. 부드러운 두부는 네모난 형태에서 으스러진 모습으로 갈라졌고 병에 들었던 드링크제는 금이 가서 질질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쩌다 한번 심부름을 시켰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었다. 그러나 길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집에 가면 보나마나 어머니에게 크게 혼나겠지만 그래도 서둘러 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헝클어진 두부와 드링크제를 조심조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리고 얼마나 부끄럽던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여느 날과 똑같이 어머니는 심부름은 잘하고 왔니?” 물어보시면서 나를 맞아 주셨는데 옷에 묻은 흰 눈도 제대로 털지 못한 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모습을 보시곤 깜짝 놀라시며 물었다. “민준아? 도대체 무슨 일이니? 왜 그런 거야? 어디 다쳤어?”라고 물으시다가 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는 바깥 날씨를 보시더니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아셨는지 잠시 동안 가만히 서계셨다. 나는 그만 무안하고 미안한 나머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들고 온 두부와 드링크제를 현관 앞에 내려놓으시더니 가만히 나를 안아주셨다. 그리고 다정스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괜찮아. 오다가 길이 미끄러워 넘어졌구나. 많이 놀랐지? 어디 다친 데는 없었니? 엄마가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네. 이런 날에는 엄마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미안해. 이런, 우리 민준이 무릎이 약간 까졌구나. 엄마가 금방 약 발라줄게.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내 새끼.”

 

많이 혼날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심부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나를 꼬옥 끌어안고 위로해 주셨다. 그리고는 깨져서 줄줄 새는 드링크제 바닥에 남아있는 노란 영양분을 컵에 따르시고는 다른 이물질이 섞이지 않았는지 눈으로 확인하시곤 한 모금 드셨다. “우리 아들이 사온 거라 그런지 이렇게 조금만 마셔도 엄마는 힘이 펄펄 나네.. 고마워. 아들.” 아들의 기를 죽게 하지 않으려고 어머니는 내 앞에서 조금 밖에 남지 않은 드링크제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그날 저녁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에 오른 된장찌개에서 두부는 네모난 모습이 아닌 울퉁불퉁 갈라진 모습이었다. 두부를 수저로 집어든 누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라. 엄마, 왜 이렇게 두부가 반듯하지 못하고 이 모양이야. 맛은 똑같아도, 생긴 모양 때문에 영 이상하네.” 그 순간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된장찌개 두부를 한 숟가락 집어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니, 된장찌개가 어때서. 두부도, 호박도 평상시처럼 맛만 좋은데. 두부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오늘 저녁 민준이가 직접 가게에 가서 사온 거란다. 또한, 열심히 일한 아빠, 그리고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온 형과 누나를 위해 엄마가 보는 가운데 식탁에서 민준이가 직접 두부를 썬 거야. , 대견하지 않니? 두부가 약간 울퉁불퉁하지만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잖아? 우리 막내의 정성이 들어가니까 정말 정말 맛있다. 그렇지, 여보?” 아버지는 어머니의 물음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잠시 나를 보시더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셨고 어머니도 말씀을 마치신 후 나에게 빙그레 웃어 주셨다. 눈 내리는 저녁, 우리 가족은 온갖 웃음꽃이 피어나는 화목한 식사를 오랫동안 즐겼다.

 

가만히 눈을 감고 회상해 보니 벌써 3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런데 그 사건은 지금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자식의 자존심을 살려주시기 위해서 어떤 허물도 기꺼이 감싸주시며 무척 헌신적이고 자애로우셨던 나의 어머니. 그 사랑이 있었기에 나 역시 한 가정을 이루면서 가장으로서 나의 가족들에게 그때 어머니로부터 배운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곁에 계시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신지 오래됐지만 그때의 일만 떠올리면 보고픈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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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마지막 식사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 산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고 이제 며칠 후면 결혼기념일이다. 요즘 식사 준비를 하다가도 콧노래를 자주 부르는 모습을 보면 아내는 내심 어떤 근사한 선물을 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어느 날 저녁 식탁에서 아내는 말했다.

사랑하는 여보. 당신도 알다시피 얼마 있으면 우리가 결혼한 지도 20년이 되어가네요. 아이들도 많이 컸고. 참 세월 빠르죠? 그런데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요. 꼭 들어줄 거죠?”

아내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잠시 식사를 멈추고 귀 기울여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생각지 않은 의외의 부탁을 했다.

이번 결혼기념일 주말에는 나 말고 당신이 특별한 여자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누군지 궁금하죠? 바로 당신을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주셨던 당신 어머님 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두 명의 자식들을 키우고 뒷바라지 하면서 고생만 하시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9년 동안을 홀로 살아 오셨다. 장남인 나는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씀만 드렸지 세 명의 자식들이 커가고 회사 일도 점점 많아지다 보니까 어쩌다 한 번씩 들릴 뿐이었다. 아내는 기특하게도 자신보다 나의 어머니를 염려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아내는 계속해서 말했다.

요즘 몸도 많이 불편해지셨는데 모처럼 둘이 오붓하게 드라이브도 하고 모자지간에 못 다한 이야기도 하면서 데이트를 즐겨보세요. 어머니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나실 거예요.”

 

그날 밤, 나는 당장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 약속 날짜를 잡기로 했다.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는 내 목소리를 듣고선 적잖게 놀라셨다. 늦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를 하면 으레 어른들은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셨기 때문이었다.

이 밤중에 웬 전화니? 아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어머니가 물으셨다.

아니요, 어머니. 어머니 목소리가 그냥 듣고 싶어서요. 잘 계시죠?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번 주말에 어머니랑 저녁 식사도 하고 영화도 같이 보려고요. 어렸을 때처럼 어머니와 나 둘만 시간을 내서 말이에요. 어떠세요?” 나는 말했다.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천천히 말씀하셨다. “그래? 그러려무나. 이번 주말이라. 이거, 아들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설레는데.”

 

토요일 저녁, 나는 차를 몰고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모처럼 둘 만의 시간이라 은근히 긴장도 되었다. 어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문 앞 현관에서 멋진 정장을 입은 모습을 바라보고 서 계셨는데 머리는 오늘 아침 미용실에서 예쁘게 단장한 듯 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내가 대답하자 어머니는 활짝 웃어 보이시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늘 내가 아들하고 단 둘이 데이트를 하러 간다고 전화로 친구들에게 자랑했더니 다들 부러워하더구나. 살다 보니까 이렇게 자식을 키운 보람이 있네. 정말 고마워.” 전혀 뜻밖의 약속에 감격하셨는지 어머니의 눈가에 약간 눈물이 맺혔다.

차에 올라타신 순간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기뻐하셨다. 진작 이런 시간을 마련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아주 멋진 호텔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경치가 좋고 아늑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밖에는 이따금 눈발이 날리며 초겨울의 운치를 더해주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주문할 메뉴를 읽어 드렸다. 나이가 드신 어머니는 노안 때문에 작은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중간쯤 메뉴를 읽어나갈 때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어머니를 느낄 수 있었다.

네가 어렸을 때는 식당에 가면 이 애미가 네가 무엇을 먹을지 읽어주면서 시켜주곤 했는데. 이제는 네가 나를 위해 그 일을 대신 해주는구나.” 어머니는 대견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그럼요.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편안히 해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차례죠.”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식사시간 동안 내내 최근에 일어난 일부터 시작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둘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셨던 일들이 많이 생각나셨는지 입가에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영화를 보러가는 시간까지 깜빡 놓치고 말았다.

늦은 밤, 어머니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말씀하셨다.

오늘 너무 고맙다. 자주 이런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자구나. 또 초대해 주렴. 얼마든지 나갈 테니까.”

그럼요. 어머니. 또 불러 들릴게요. 오늘 많이 즐거우셨어요?” 나는 물었다.

아주 즐거웠지. 마치 예전에 너를 키웠을 때의 그 기분으로 돌아간 듯 하구나.” 어머니는 활짝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가진지 얼마 안돼서 연세가 많으셨던 어머니는 돌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그녀를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할 수가 없었다.

슬픔 속에 장례식을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와 내가 함께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으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그 안을 열어 펼쳐보니 청구 영수증과 함께 어머니가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아들, 다음 번 너희 가족과의 만남을 위해 내가 미리 식사 요금을 지불해 놓았단다. 요즘 몸이 너무 안 좋아 너희 식구들과 함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희 가족 모두가 푸짐하게 요리를 시켜 먹을 순 있을 거야. 오늘 밤, 너와 나 단 둘만 가진 저녁 만남이, 이 애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구나. 행복한 시간을 마련해 줘서 고맙다. 내가 화장실 간 사이 레스토랑을 나서기 전에 메모를 작성해서 너의 집으로 붙여달라고 웨이터에게 부탁했단다. 언제나 사랑한다. 아들.’

그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돌아가시기 전 레스토랑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해요. 어머니. 고마워요. 어머니라는 말을 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나중에, 나중에시간이 되면 가족들을 챙기고 돌봐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너무 늦고 영영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생각이 날 때 이번 주말 부모님을 찾아뵙고 아내와 남편,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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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합니다!"

 

저는 남들이 말하는

이제 50을 넘긴 싱글파더입니다.

아내는 아들이 5살 되던 해에

저희 둘만 남기고 하늘나라로 갔지요.

 

그 이후로

삶이 바쁘고 피곤해서인지

아무런 인연을 만나지 못한 채

혼자서 쭉 아들 녀석을 키워왔습니다.

편부가정이라는 말을 듣지 않고 주눅 들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 키웠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남자의 손에서 자라서 그런지

엄마라는 빈자리를 대신하긴 힘들겠지요.

사춘기를 맞은 아들을

서로 대하는 것이 괜시리 서먹해지기도 했고

저도 이제 아들이 다 컸다고 생각해서

소홀해 지고 그렇게 멀어지다가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곤 했죠.

 

결국 아들 녀석이 군입대하는 날

일에 치여 마중조차 해주지 못했습니다.

사내라면 다 가야하는 군대라는 생각에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고

신경쓰지 않고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군대 간 아들에게서

꾸러미에 둘러 싸인 소포가 집으로 왔습니다.
입었던 사복과 편지와 함께 말입니다.

일부러 담담하게 마음 먹으면서

편지를 펼쳐 보았습니다.

 

편지를 펼쳐 보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편지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로 시작하고 있었거든요.

아니 내가 이 녀석을 어떻게 키웠는데

우리를 남겨두고 먼저 떠난

엄마를 찾는 걸까...

서운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그 편지를 구겨버리려고 했는데

오죽했으면 엄마 없이 자란

그 그늘진 아픈 마음때문이었을까 하는 마음에

편지를 펼쳐 계속 읽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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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에게.

당신 손은 정말 누구보다 거칠고 투박했지만

항상 부드럽고 정성을 들여 저의 옷을 빨아서

깨끗하게 해주시려 했던 엄마의 손이 좋았습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 솜씨는 아니지만

다른 어떤 이들보다 몇 배는 더

저를 배부르게 해주신 엄마의 그 맛있는 음식이 좋았습니다.

아플 때 마다 늘 저의 곁에서 지켜봐주시며

제 손을 잡아주셨던 엄마의 그 관심이 좋았습니다.

 

남들에게는 엄마, 아빠라고

따로 부르는 두 명의 부모가 있지만

나에게는 듬직한 아빠이자 또한 나만의 엄마인

소중한 엄마가 있습니다.

엄마! 내게 당신은 아빠이지만,

당신은 나에게 따스함과 사랑으로

돌봐주신 소중한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엄마...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 새벽편지가족 편지 중에서 -

****************************************

 

이런 이유 저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랑을 해주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가족을 향한 사랑에는

그 한계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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